요즘 새로 문을 여는 스터디카페들을 보면, 백색소음기를 아예 기본 옵션으로 넣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스터디카페들이 거의 다 쓰고 있으니, 안 넣으면 오히려 뒤처진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설치형 백색소음기를 스터디카페, 독서실, 시립·대학 도서관 등에 공급해온 지 15년 가까이 됐는데, 지금까지 3,000곳 넘게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습니다.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빨리 좀 고쳐달라"는 요청은 정말 많이 받는데, "소리가 신경 쓰인다", "거슬린다"는 민원은 지금까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 이럴까요? "집중할 때는 적당한 소리가 있는 게 낫다"는 게 그냥 느낌적인 이야기인지, 아니면 실제로 연구된 부분이 있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이 글은 백색소음기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본 내용이며, 특정 연구 결과를 과장하거나 효능을 단정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왜 소리가 오히려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조용한 게 집중에 좋을 것 같은데, 왜 일정한 소리를 더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주 인용되는 게 모더레이트 브레인 어라우절(Moderate Brain Arousal, MBA) 모델입니다. 스웨덴 연구자 Söderlund와 동료들이 2007년 발표한 논문(Söderlund et al., 2007)에서 처음 제안한 개념인데, 핵심은 "뇌의 각성 수준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적정선일 때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백색소음처럼 일정한 배경음이 부족한 각성 수준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모델의 설명입니다. 다만 이건 하나의 설명 모델이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은 아닙니다.
ADHD 아동 연구에서 나온, 조금 더 복잡한 결과
MBA 모델이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ADHD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습니다. Söderlund와 동료들이 2010년에 발표한 후속 연구(Söderlund et al., 2010)에서는, 주의력이 낮은 편인 아이들에게 배경 백색소음을 들려줬을 때 기억 과제 수행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Helps와 동료들이 2014년에 진행한 연구(Helps et al., 2014)에서는 아이들을 주의력 수준별로 세 그룹으로 나눠서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 저주의 그룹 — 백색소음이 있을 때 수행이 좋아짐
- 고주의 그룹 — 오히려 백색소음이 있을 때 수행이 떨어짐
즉 "백색소음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문장 자체가 이미 절반만 맞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원래 주의력이 낮은 편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래 집중이 잘 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연구가 보여준 부분입니다.
성인 대상 연구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성인, 특히 ADHD 진단이 없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결과가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갈립니다.
독일의 Rausch, Bauch, Bunzeck 연구팀이 2014년에 진행한 fMRI 연구(Rausch et al., 2014)에서는, 백색소음을 들으면서 이미지를 학습했을 때 도파민 관련 뇌 영역의 활동이 달라지고, 이후 기억 회상 정확도도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백색소음이 뇌를 "각성시켜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정보의 중요도(salience)를 높이는 방식으로 학습에 영향을 준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팀의 다른 실험(Herweg & Bunzeck, 2015)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작업기억 과제에서 정보를 유지하는 단계에 백색소음을 들려줬을 때는 오히려 수행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학습·기억 과제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어느 단계에 소리가 끼어드는지에 따라 결과가 반대로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무 공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Awada et al., 2022)에서도 비슷한 결이 확인됩니다. 45dB 수준의 백색소음에서는 지속적 주의력과 정확도, 처리 속도가 개선됐지만, 65dB로 올리면 작업기억은 좋아지는 대신 스트레스 수준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카페가 집중 잘 된다"는 이야기의 근거는 조금 다른 연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설치 경험과 묘하게 겹치는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카페 소음이 집중에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인용되는 연구인데, 사실 위의 MBA 계열 연구들과는 다른 연구입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Mehta, Zhu, Cheema 연구팀이 2012년 발표한 논문(Mehta et al.,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서는, 약 70dB 수준의 배경 소음(카페의 평균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 50dB의 조용한 환경이나 85dB의 시끄러운 환경보다 창의적 과제(Remote Associates Test) 수행에 더 유리했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은 적당한 소음이 주는 가벼운 '방해'가 사고를 더 추상적이고 폭넓게 만들어, 창의적 연결을 돕는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 연구는 엄밀히는 집중력이 아니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한 연구입니다. "카페에 가면 집중이 잘 된다"는 체감과 "카페 소음이 창의적 사고에 유리하다"는 이 연구 결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집중 작업(암기, 단순 계산 등)에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느낀 부분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저희가 제품 테스트를 할 때 직원들 사이에서 관찰했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직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를 선호했고, 어떤 직원은 그 정도로는 답답하다며 조금 더 큰 소리를 편안하게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취향 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연구들을 다시 보니 원래 주의력 성향이나 평소 작업 환경의 소음 수준에 따라 적정 볼륨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러 연구를 찾아보면서 느낀 공통점
여러 논문을 찾아보면서 느낀 공통점은, "백색소음 자체가 집중력을 높인다"는 결론보다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조건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려는 연구가 훨씬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백색소음은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단정적인 표현은, 실제 연구 결과를 조금 단순화한 해석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저주의 성향의 아이들이나 ADHD가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일관되게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오는 반면, 원래 집중력이 좋은 편인 사람이나 볼륨이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결과도 함께 보고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 정리해 보면
※ 표가 작게 보이면 좌우로 밀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대상/조건 | 나타난 경향 | 관련 연구 |
|---|---|---|
| 저주의 성향 아동 | 백색소음 시 기억·수행 개선 | Söderlund et al., 2010 / Helps et al., 2014 |
| 고주의 성향 아동 | 백색소음 시 오히려 수행 저하 | Helps et al., 2014 |
| 성인, 학습 인코딩 단계 | 백색소음 시 기억 회상 정확도 개선 경향 | Rausch et al., 2014 |
| 성인, 작업기억 유지 단계 | 백색소음 시 수행 저하 경향 | Herweg & Bunzeck, 2015 |
| 성인, 낮은 볼륨(45dB) | 주의력·속도·정확도 개선, 스트레스 낮음 | Awada et al., 2022 |
| 성인, 높은 볼륨(65dB) | 작업기억 개선되나 스트레스 상승 | Awada et al., 2022 |
| 성인, 70dB 배경소음 | 창의적 과제 수행 개선 (집중력과는 별개 지표) | Mehta et al., 2012 |
이 표는 지금까지 찾아본 연구들의 경향을 단순화한 것이며, 연구마다 참여자 조건과 실험 설계가 달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마치며
결국 지금까지 나온 자료들을 종합하면, 백색소음이 집중력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거나 "전혀 효과가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주의력이 낮은 편이거나 조용한 환경에서 오히려 산만해지는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되고, 반대로 원래 집중이 잘 되는 사람이나 볼륨이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가 보여주는 방향입니다.
연구는 방향을 참고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본인에게 맞는 볼륨과 사용 방식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다룬 연구 결과들은 참고 자료이며, 개인의 신경학적 특성이나 작업 환경에 따라 체감 효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부할 때 백색소음을 써보면서 느낀 경험은 별도로 정리해두었으니, 궁금하시면 함께 참고해보셔도 좋습니다.
참고 문헌
- Söderlund, G., Sikström, S., & Smart, A. (2007). Listen to the noise: Noise is beneficial for cognitive performance in ADHD.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48(8), 840–847.
- Söderlund, G. B. W., Sikström, S., Loftesnes, J. M., & Sonuga-Barke, E. J. (2010). The effects of background white noise on memory performance in inattentive school children. Behavioral and Brain Functions, 6, 55.
- Helps, S. K., Bamford, S., Sonuga-Barke, E. J. S., & Söderlund, G. B. W. (2014). Different effects of adding white noise on cognitive performance of sub-, normal and super-attentive school children. PLoS ONE, 9(11), e112768.
- Rausch, V. H., Bauch, E. M., & Bunzeck, N. (2014). White noise improves learning by modulating activity in dopaminergic midbrain regions and right superior temporal sulcus.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26(7), 1469–1480.
- Herweg, N. A., & Bunzeck, N. (2015). Differential effects of white noise in cognitive and perceptual tasks. Frontiers in Psychology, 6, 1639.
- Awada, M., et al. (2022). Cognitive performance, creativity and stress levels of neurotypical young adults under different white noise levels. Scientific Reports, 12, 14566.
- Mehta, R., Zhu, R. (Juliet), & Cheema, A. (2012). Is noise always bad? Exploring the effects of ambient noise on creative cogni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4), 78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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